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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기 삭제 금연기 삭제했다. 올해 안에는 담배 끊을 생각 없다. 2006. 11. 6.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그들은 말없이 매고기를 먹었다. 연금술사는 병을 열더니 손님의 컵에 붉은 액체를 따랐다. 포도주였다. 청년이 그때까지 마셔본 것 중 가장 좋은 포도주였다. 하지만 포도주는 알라의 율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연금술사가 술을 권하며 말했다. 2006. 11. 4.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그때 한 처녀가 나타났다. 검은 옷 차림이 아니었다. 처녀는 어깨에 물항아리를 지고,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를 베일로 감싸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에 대해 물어보려고 처녀에게 다가갔다.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만물의 정기가 산티아고의 내부에서 끓어올라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침묵해야 할지 미소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인간보다 오래되고, 사막보다도 오래된 것. 우물가에서 두사람의 눈길이 마주친 것처럼, 두 눈빛이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곳에서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되살아나는 것, 사랑이었.. 2006. 11. 4.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얼마 뒤, 산티아고는 영국인에게 책들을 돌려주었다. "그래, 많이 배웠나?" 영국인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잖아도 그는 전쟁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아무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던 참이었다. "이 세계에는 어떤 정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물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숱한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를 살아냈고 끝내는 '만물의 정기'와 '철학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해냈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에메랄드 판 하나에 새길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한 진리라는 사실이에요." 영국인은 실망했다. 연구에 바쳐진 오랜 세월, 마술 같은 상징들, 난해한 용어들, 실험 도구들, 그 어느 것에도.. 2006. 11. 3.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모닥불도 없고 달도 뜨지 않은 밤, 야자열매 한 움큼을 입에 넣으며 낙타몰이꾼이 산티아고에게 말했다.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 전투 속에 바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 2006. 11. 3.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지난주에는 어떤 보석 채굴꾼에게 돌의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 채굴꾼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었다. 에메랄드 하나를 캐기 위해 5년 동안 강가에서 99만 9천 9백 99개의 돌을 깨뜨렸다. 마침내 그는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그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돌 하나만,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그런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자아의 신화,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노인은 그의 삶에 개입하기로 했다. 노인은 한 개의 돌멩이로 변해서 채굴꾼의 발 앞으로 굴러갔다. 5년 동안의 보람 없는 노동에 한껏 화가 나 있던 채굴꾼은 그 돌을 집어 멀리 던져버렸다. 그가 던진 돌은 날아가 다른 돌과 세게 부딪쳤다. 그러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2006.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