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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gaussian, abelian

by Lbird 2005. 5. 15.
gaussian, abelian
양연형 2005.01.1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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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세계를 보다 보면 가끔 재미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얼마전에 문뜩 생각해보게 된 것은 사람의 이름이
일반명사화 되는 것이었다.

수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용사들 중에서 abelian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군(group)에 사용되는 연산이 가환인 경우에 그 연산을
abelian이라고하고 그 군 자체를 abelian이라고도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이 abelian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commutative라는
영어단어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abelian이라는 말을 더 즐겨 쓴다는
점이다. commutative group이라고 할 것을 abelian group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commutative에 해당하는 abelian이라는 단어는
이제는 그 단어가 Abel이라는 수학자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자주 사용되다 보니, Abelian이라 하지 않고
abelian이라고 쓰인다. 사람 이름에 적용되는 두문자를 대문자로
쓴다는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abelian이라는 형용사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 단어를
모르는 수학자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듯 싶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gaussian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google.com에서
gaussian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그 무수한 리스트를 볼 수
있듯이 수학, 공학, 자연과학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Gaussian이라고 해서 두문자를 대문자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것은 abelian보다 덜 일반화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Gaussian이라고 쓰다보니 나도 그렇게 쓴다 하는
식인 경우가 많다. 이 Gauss라는 수학자에게 보여주는 사람들의
존경과 경외감도 Abel의 경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존경이나 경외감까지는 아니어도,
무엇인가를 처음 주장한 사람이나 처음 발견한 사람에 대한 예의로
어떤 현상이나 방법론 등에 발견자, 주창자의 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경우도 있다. 우리 교수님도 그런 것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Lim-Lee method라 불리는 특정한 멱승 계산 방식이 그것이다.
Lim은 우리 교수님 제자인 임채훈 교수의 성이고, Lee는 우리
교수님의 성이다. (한가지 말할 것은 외국 사람들의 경우는
Lim-Lee method보다는 fixed-base comb method라고 더
잘 알려져 있고, Lim-Lee method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교수님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암호학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

영화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무슨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는
걸 막으러 사람들이 우주선 타고 가서 핵폭탄을 터뜨린다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서도 그 운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그 운석에
붙였다. 그 경우는 지구를 파괴할 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녀석에
자신의 이름이 붙는 것이니 불명예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서양의 센스로 봤을 때는 명예면 명예지 불명예는 아닌 것
같다.

그전에는 그냥 그렇군 하고 넘어갈 일이었던 것이, 나이가 들다보니
나의 경우를 빗대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도 나의 이름을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내가 아닌 무엇인가가
되어 있겠지만, 내가 세상에 사는 동안의 가장 확실한 존재의
증거였던 내 이름이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다.

어찌됐든, 나의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치열하다. 이름 남기기, 이름 알리기, 술집 구석에 낙서로
"몇년 모월 모일 아무게 왔다 가다." 라고 써 놓는 것을 보면
이름의 무게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도
그런 심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듯 하다.

나의 이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양연형이라 불리우고,
외국인들에게는 Yang이라 알려질 나의 이름의 무게는 어떠한가.

당신! 바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고 그 무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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