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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어느 푸념

by Lbird 2005. 5. 15.
어느 푸념
양연형 2005.01.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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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에 석사과정으로 나가 있는 후배가 있는데
오늘 오후에 MSN으로 말을 걸어왔다. 말을 걸더니
처음 한다는 소리가,

"형 보고 싶어서 때려치고 한국 들어가고 싶어요."

라는 거라. 물론 나 보고 싶다고 귀국해 버릴 만큼 무모한 녀석은
아닌지라, 마음 고생이 심한가보다 했다. 뭐가 그리 고민인가
들어보니 역시나 돈 문제다. 이 친구도 집이 갑부가 아니다보니
외국에서 공부하려면 나랏돈을 받거나 그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정 안되면 벌어 놓은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가 않은 모양이다. 병특한다고 박봉에 시달렸으니 직장
생활하는 동안 모아 놓은 돈도 없고, 과학재단에서 받는 생활비
보조금과 그곳 대학원에서 받는 등록금 보조비가 다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원금들을 2년동안만 받을 수가 있는데 그곳 학교에서
2년후까지 장학금을 받으려면 박사자격 시험을 2년 안에 통과해야
한단다. 산넘어 산이라고 그 학교 자격 시험이 미국 내에서도
요상하기로 소문난 시험이고 대부분의 학생이 3년을 계획한단다.
그러고도 합격률이 50% 정도란다. 영어도 부실한 이 후배가
생각해보니 도저히 2년 후에 거기서 먹고살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거기서 알바는 못하냐고 했더니 학교 바깥에서 하는 알바가
불법이란다. 걸리면 당장 들어와야 하니 위험 부담이 커서 엄두를
못 내고,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알바들도 영어를 유창히 해야
써 준다고 한다. 영어권에 살지 않았던 소수 민족의 한이다.
게다가 일이 꼬인 것이, 이 후배가 나갈 때는 2차까지 있는 자격 시험
에서 1차만 통과하면 장학금이 나올 줄 알았다는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데다가 그 곳 문화에 익숙치도 않은 한국 학생들은
아마도 이런 일을 종종 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외국에 나가는 것은 두렵다. 젊은이라면 도전 정신을 가지고
덤벼봐야 하지 않느냐고 누가 그러거든, 직접 겪어 보고 말하라고
해 주고 싶다. 5-60년대의 미국도 아니고, 물과 싸구려 빵만으로
버티면서 알바를 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우리가 흔히 우러러보는,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고 성공리에 학위를
받고 당당히 개선을 하는 과학자란 이제는 흘러간 옛 이야기에나
나오는 것이다.

나는 어떨까.

나를 그 후배가 처한 상황에 던져 놓는다면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올 수가 있을까.... 담배에 손이 가려고 한다. 나에게 최선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가능한 자세하게 주변 요인들을
파악해서 문제가 생길 상황은 피해가는 것이 좋다. 힘들더라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터널은 심호흡을 충분히 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서 들어가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나가는 길이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땅굴을, 그것도 부실한 삽 한자루를 들고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가만.... 다시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터널은 확실히 출구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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